1. 야행성
고양이는 박명박모성입니다. 무슨 의미이냐 하면 이른 새벽과 저녁에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는 뜻입니다. 고양이의 주식인 새는 이른 아침에 활동이 많고, 또 다른 주식인 쥐는 저녁즈음에 활동이 많습니다. 따라서 고양이는 대낮과 한밤에는 얕은 잠을 자다가 빛이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이나 저녁노을이 지는 황혼즈음부터 활동을 개시합니다. 이러한 습성은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피곤해집니다. 요즘 사람들도 늦게 자는 편이기 때문에 저녁즈음 활동은 그다지 문제시되지 않으나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뛰어다니며 배고프다고 사람을 깨우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아예 깊은 한밤에 활동하는 경우도 도시에는 많은데, 도심지는 한밤에도 생각보다 밝습니다. 그래서 고양이의 기준에서 적당히 어두운 상태라고 보고 완전히 깜깜해지기 전에 활동을 지속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완전히 깜깜해지고 나면, 고양이의 눈에서 나오는 빛은 포식자에게 좋은 징표가 되고, 동시에 고양이의 먹잇감들도 숨을 죽이는 시기가 되기 때문에 고양이 역시 은신처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데, 도시에서는 건물들에게서 새어 나오는 빛과 가로등 때문에 이런 정도의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깜깜한 환경이 아예 없습니다.
2. 잠
일반적으로 12 ~ 18시간을 잠으로 보냅니다. 15년 살면 평균 10년은 자는 셈, 낮에는 먹고, 자고, 그루밍합니다. 대신 깊은 잠을 자지 않습니다. 야생에서 고양이 정도 크기의 독립생활을 하는 동물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포식자로부터 대응하기 위해 얕고 길게 자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집고양이가 TV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잘 자는 걸로 봐서 깊게 자는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낯선 소리를 들으면 곧바로 깹니다. 강제로 깨우면 대부분 싫어하지만, 이것도 개체차가 커서 오히려 반가워하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3. 영역본능
작은 동물을 사냥해서 먹고 사는 고양이에게 있어서 영역 사수는 곧 생존 문제와 직결됩니다. 쉽게 말해 자기 영역에 못 보던 다른 고양이가 있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생판 모르는 남이랑 같이 지내는 것과 같습니다. 일정 영역에 사냥감은 한정되어 있는데, 사냥꾼이 늘어나면 자기가 아무리 뛰어난 사냥꾼이라도 굶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 태반이 영역 본능이 있지만 고양이는 독립생활을 하고, 비교적 소형 동물이며, 소형동물을 주식으로 삼는다는 특성 때문에 텃세권에 대한 집착이 유별납니다. 그 때문에 야생에서는 새끼가 어느 정도 크고 나면 어미가 새끼를 위협해서 영역 밖으로 쫓아내며, 자기 영역을 침범한 고양이는 결투를 벌여 쫓아내기도 합니다. 그래도 나름 고등동물이라서 먹이가 충분하고 상대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여러 마리가 영역이 교차하는 곳에서도 공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럼에도 그들 사이에는 치열한 서열싸움을 통해 결정된 암묵적이고도 엄격한 서열이 존재하는 상황이며, 먹이를 먹을 때, 그루밍할 때, 똥오줌을 쌀 때 서열이 드러납니다. 집고양이일 경우 어미랑 새끼가 같이 있을 때에는 야생처럼 자기 영역 밖으로 내쫓지는 않으나 대개 서로 장난치면서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러한 텃세는 동종에만 국한되어 있습니다.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사람 집에 고양이를 데리고 놀러가면, 보통 때 같으면 처음 보는 사람을 무서워하며 경계하던 고양이가 처음 보는 사람 따위는 가까이 오건 쓰다듬건 안주에도 없고 상대묘만 경계하며 미칠 듯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은 이미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데 새로운 고양이를 들이는 경우입니다. 새로운 고양이를 들이면 자기들 간에 서열싸움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계가 정리되면 다행이지만 자존심과 독립성이 강한 특성상 낮은 서열의 고양이가 다시 재도전하여 서열싸움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고 그 결과에 따라 서열이 바뀌기도 합니다. 한집에 같이 살면서도 죽을 때까지 몇 년이고 계속 서열 싸움이 반복된 후 서로 관계가 정리되어 평화롭게 지내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그들 사이에 서열에 따라 행동하며 갑질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습니다.
고양이의 영역 본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것으로, 성묘에겐 위협이 되지 못할 새끼 고양이를 들여 오는 경우에도 가차 없이 서열 싸움을 시작하여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묘 간의 서열싸움이 겉보기에는 더 치열해 보여도 어느 정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간 좀 보다가 사이즈 나오면 금방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새끼 고양이 쪽이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영역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본능에 말려 항복하지 않고 버티다가 서열싸움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성묘가 쉽게 넘어갈 리도 없고 확실한 서열이 정해질 때까지 계속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열 싸움을 처음 접한 집사들은 놀라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 자기가 키우던 고양이가 맞나 싶기도 하고 갑자기 무섭게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외로워 보인다고 다른 고양이를 들이는 것은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며 합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신중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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