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돗개의 특징
대한민국의 개 품종. 원산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라남도 진도군입니다.
천연기념물 제53호지만, 모든 진돗개가 전부 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도군 내에서 심사를 받아 통과되면 진돗개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써 보호를 받게 됩니다. 삽살개, 풍산개, 동경이 등과 함께 한국 고유의 품종.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품종으로 진돗개 사업소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심사에 통과된 진돗개들의 혈액샘플이 보관됩니다. 진돗개처럼 국가에서 직접 개의 품종을 관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표준어는 진돗개 이나 천연기념물 상에서는 진돗개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는 원산지인 진도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진도 지역의 의견을 문화재청이 수용하여 심사를 통과한 진도군의 진돗개에 한해서만 진돗개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여담으로 일반 진돗개도 동물 등록증에는 진도견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국제 표준으로는 중대형견에 속하는 견종입니다. 실제로 보면 그 상당한 덩치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진돗개는 의외로 다리가 굉장히 길어서 체고가 굉장히 높은 편으로, 저먼 셰퍼드나 골든 레트리버의 체고에 크게 밀리지 않습니다. 이 탓에 체중은 동급대비 가벼운 편이지만 체감상 덩치는 대형견이란 인상이 강합니다. 이 높은 체고 덕에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대형동물을 상대할 때도 크게 밀리지 않는 편입니다. 여기에 높은 생존지능과 민첩한 신체능력, 지랄 맞은 성질머리가 합쳐져 진돗개를 타고난 사냥꾼으로 만들어 주게 되었습니다.
생김새의 특징으로 겉털은 강하고 윤택하며, 얼굴에는 부드러운 털이 빽빽하고 꼬리의 털은 약간 깁니다. 키는 45~55cm, 무게는 15~20kg이며, 머리는 역삼각형~팔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며, 튼튼한 턱에 전체적인 인상은 탄탄하고 균형 잡힌 체형입니다. 색은 개체마다 제각각이지만, 사람들은 하얀마음 백구, 세진컴퓨터랜드, 백의민족의 탓인지 대체로 백구를 선호하며 보통 진돗개 하면 백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귀는 삼각형으로 약간 앞으로 숙여져 있고, 소리에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눈맵시는 삼각형은 혹은 아몬드 모양이고 홍채는 짙은 갈색을 띱니다. 코는 일반적으로 검은색이며 백구는 담홍색을 띄기도 합니다. 등은 튼튼하고 직선이며 어깨뼈에서부터 약간 경사를 이루고 가슴은 탄탄하지만 떡 벌어지지는 않으며, 어깨는 튼튼하며 경쾌하고 배는 늘어지지 않습니다. 다리는 강건하고 앞다리와 뒷다리는 모두 자연스럽게 똑바로 곧게 섭니다.
꼬리는 생후 3개월 후부터 말리기 시작합니다. 다만, 개체에 따라 말리는 개체도 있고 안말리는 개체도 있습니다. 신기하게 꽈배기처럼 나선형으로 말리는 개체도 있습니다.
진돗개의 털색은 보통 6가지로 분류 됩니다. 털색은 개체의 지표일 뿐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누렁이(황구), 흰둥이(백구), 검둥이(흑구), 칡개(호구), 재구, 네눈박이
이밖에도 과거 얼룩무늬인 바둑이, 재구와 비슷하지만 색다른 비아이 맞은 개 등등 매우 특이한 사례도 존재했으나, 지금은 모색단일화 정책과 잡종화로 인하여 거의 사라졌거나 진위가 다소 불분명한 털색들도 있습니다.
백구는 코가 검정과 빨간 색이 섞여있거나 담홍색을 띠기도 하는데 이는 정상으로 병이나 유전 질환이 아닙니다.
흔히 시바견, 아키타견, 기슈견 등 일본의 스피츠 견종들과 닮은 외모와 성질 때문에 자주 비교되며 실제로 이들과 교잡된 경우도 흔합니다. 진돗개 백구의 경우 아이보리 색에 가깝고, 기슈견 백구의 경우 형광백색 수준으로 창백한 진짜 백색입니다. 기슈견의 피가 섞인 진돗개들도 다른 백구들에 비해 유난히 새하얀 편입니다. 상술한 견종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일본스피츠 견종들은 미간이 좁고 주둥이가 둥글고 짧으며 거의 100% 꼬리가 말려 있지만 진돗개는 미간이 넓고 주둥이가 날렵하고 길며 (말린 꼬리가 없는 건 아니다) 전바적으로 장대꼬리가 많은 편입니다. 정형화된 일본계 스피츠들에 비해 다소 야생적인 생김새가 특징입니다.
2. 진돗개의 역사
우리 선조들은 군마를 제외하면 특정한 용도로 동물을 개량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애완견도 마찬가지로, 아침이 되면 견주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나가 다른 개들, 들개와도 자유롭게 어울려 놀다가 밤이 되면 돌아와 집을 지켰습니다. 부족한 먹이는 쥐나 토끼 같은 소동물을 직접 사냥해 해결했습니다. 주인이 군인이면 주인 따라 군견으로서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고, 주인이 사냥꾼이면 주인 따라 사냥개로 참여했습니다. 실제로 김유신 장군의 삽살개는 많은 전쟁터를 함께 누볐던 군견이었습니다. 짝을 찾는 것도 자유로워 옆집개 뒷집개 가리지 않고 교미해 새끼를 낳다 보니 아비어미를 알 길이 없어 개새끼란 욕의 어원이 되기도 하였고 똥개라 무시당하기도 했습니다. 단백질이 부족한 농경사회에선 노동력을 보태는 소를 잡기 어려우니 복날 개고기로 희생되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소위 방목 반, 방임 반인 환경에서 한반도의 견공들은 생존을 위해 홀로 살아가는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었고 일정 부분 들개나 늑대와 같은 특징과 야생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한반도의 개들은 무작위로 번식하여 이렇다할 견종의 개념이 없었고 생김새에 따라 재구, 호구, 네눈박이, 황구, 백구 등으로 나눈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외교, 무역, 전쟁 같은 요인들을 제외하면 외국개의 혈통이 유입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몇 가지 특이한 형태( 삽사리, 발바리 )를 제외하곤 대부분 비슷비슷한 개 (뾰족한 귀, 서거나 말린 꼬리, 충성심, 경계심) 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진도의 개들은 대륙-반도-섬으로 한번 더 고립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같은 형질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진돗개가 계획적인 육종을 거치지 않은 자연견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조상에 관해서는 몇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북방민족인 선비족이 전쟁할때 데리고 다닌 군견 암캐가 늑대와 교배하면서 태어났다는 구전설, 송나라와 외교와 무역이 활발하던 시기에 도입되었다는 중국 송나라 유입설, 몽골제국의 기병대 군인들이 정복전쟁을 다닐 때 데리고 다닌 군견이 진돗개였는데 그 진돗개가 몽골제국이 고려 삼별초군 정복할 때에 같이 들어오게 되었다는 몽골제국(북방견) 군견 유입설, 호주 야생견 등과의 외형적인 유사성에 따른 남방 유입설 등등으로 다양한데, 말만 무성하지 이렇다 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나마 가장 유력한 설은 몽골제국의 군견으로서 고려에 들어온 개가 오늘날 진돗개가 되었다는 설입니다. 다만 일본의 교수가 각 견종의 혈청단백질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한국의 개들은 동남아-류큐 같은 남방계보다 북사할린이나 시베리안 허스키, 몽골의 견종과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한국개가 북방견의 직계후손이라기보단 동북아시아에서 유래된 조상견이 점차 남하하면서 동북아-한국-일본의 순서대로 견종에 영향을 주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진돗개가 알려진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제 치하인 1938년 조선총독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총독부가 진돗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유는 경성제국대학 교수인 일본인 학자 모리 다 메죠 교수의 건의 때문이었습니다. 모리 교수는 조선어사전의 편찬에도 참여한 바 있고, 조선총독부직속 고적조사위원회 위원이자 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회 위원입니다.
그 결과 1937년 천연기념물로 선정되었고 이듬해인 1938년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1940년 8월 1일 총독부 고시 제 815호에 "진도 본도 지역 내에 있어 진도견 이외의 축견을 사양하는 때 또는 진도견 및 그 생산견을 그 지역 외로 반출하는 때는 소할 도지자의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령이 내려집니다.
보다시피 일본인이 보기에 진돗개가 보존도 잘 되어 있고, 혈통도 우수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치도 있어 보여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것입니다. 덕분에 일제가 개털가죽을 군수물자로 얻기 위해 실시간 야견박살령에 수많은 개들이 죽어나갔으나 진돗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아 그 혈통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돗개에 열광한 것은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들이었습니다. 명견 진돗개의 발견은 일제의 축견 연구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조선은 물론 도쿄, 오사카, 동북지방의 애견인들이 앞다투어 진돗개를 구하려고 하는 바람에 천연기념물 지정 전부터 반출과 잡종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해방 후 진돗개 등록제도는 유지되었으나 일제의 잔재로 여겨져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1952년 이승만이 이 이야기를 듣고 진돗개 보호에 힘쓰라는 말이 나왔고, 1962년 정부에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 1967년 한국 진도견보호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오늘날 유명해진 것입니다.
진돗개의 국내 공인견종 확립 및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사실상 거의 전적으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공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건희는 생전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1968년 진도에 내려가 2박3일을 뒤져 진돗개 우수견 30여 마리를 구해와 교배시켜 사육했고, 외국에서 '개를 먹는 나라'라고 공격받는 것을 보고는 진돗개를 한국의 국견으로 해외에 진출시킬 계획을 세웠습니다. 영국 켄넬 클럽(The Kennel Club)에 진돗개를 등록하기 위해 2002년 켄넬 클럽 신규품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메그 카펜터 여사를 섭외하여 위탁사육자로 선정하고 수컷 한 마리와 암컷 5마리를 영국으로 보내 사육하는 등 공을 들인 끝에 2005년 5월에 영국 켄넬클럽의 순종혈통(pedigree) 공인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7월에는 국제애견연명(FCI:Federation Canine International)에서도 진돗개를 공인견종으로 인정했습니다. 진돗개의 해외 진출이 어느 정도 완료되자 이건희 회장은 진돗개 관련 사업을 에버랜드에서 진도군에 모두 이양하고 현재는 공식적으로 손을 뗀 상태입니다. 삼성그룹의 맹인 안내견 보급 등은 많이 알려져 있으나 진돗개 관련 내용은 은근히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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